쪽의 우리말은 ‘새’다. 날이 새는 쪽, 즉 밝아오는 쪽이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 그래서 동풍은 샛바람이다. 줄여서 그냥 ‘새’라고도 한다. 초가을에 동쪽에서 부는 센 바람은 강쇠바람이다.

쪽의 우리말은 ‘하늬’다. ‘하늘’에서 유래되었다. 그럼 서풍은? 그렇다. 하늬바람이다. 하늬바람 말고도 서쪽에서 부는 바람을 가리키는 말은 또 있다. 가수알바람 또는 갈바람이 그것이다. 서쪽을 ‘갈’이라고도 하는데, 이 말은 가장자리를 뜻하는 ‘가’에서 유래되었다. 갈바람은 서쪽에서 부는 아주 메마른 바람으로 우리나라에 황사를 일으키는 바로 그 바람이다.

가을바람을 줄여서 갈바람이라고도 하는데, 글자는 같지만 소리는 조금 다르다. 서풍을 뜻하는 갈바람은 갈을 짧게 소리 내고, 가을바람을 뜻하는 갈바람은 갈을 길게 소리 낸다.

또 서풍은 연을 위쪽으로 잘 떠오르게 한다 해서 연날리기에서는 윗바람이라고도 부른다. 윗바람과 혼동하기 쉬운 것이 웃바람인데, 웃바람은 겨울철에 방안에 감도는 찬 기운을 뜻한다. “웃풍이 심하다” 할 때 웃풍이 바로 웃바람이다.

쪽의 우리말은 ‘마’다. 이 말은 ‘맞’ 또는 ‘마주’에서 유래되었다. 전통적으로 우리민족은 남향으로 집을 지었고, 따라서 집에서 앞에 마주 바라보이는 방향이 남쪽이다. 따라서 남풍은 마파람 혹은 앞바람이란 이름을 갖는다. 맞바람은 마주 불어오는 바람이다. 맞은바람이라고도 하는데, 마파람과는 소리도 다르고 뜻도 다르다.

쪽은 ‘높’이다. 높다는 뜻을 갖고 있다. 마을이나 집터를 잡을 때 배산임수라 해서 북쪽에 산을 두게 되므로 높은 쪽은 바로 북쪽인 것이다. 그래서 북풍은 높바람이다. 또 남쪽이 앞이면 북쪽은 뒤라고 할 수 있으므로 북풍을 뒷바람이라고도 한다. 뒤울이, 덴바람, 된바람 등으로도 불린다.

그밖에도 동, 서, 남, 북을 섞으면 여러 가지 바람의 이름들이 만들어진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먼저 남서풍이다. 남쪽은 ‘마’라 했고, 서쪽은 ‘하늬’ 또는 ‘갈’이라고 했다. 그래서 남서풍은 갈마바람이다. 늦하늬바람이라고도 한다. 북쪽을 나타내는 ‘높’과 동쪽을 뜻하는 ‘새’를 합하면 높새가 된다. 높새바람은 북동풍이다. 북한에서는 이것을 내기바람이라고 한다. 된새바람은 북동풍의 다른 이름이다. 된바람과 샛바람이 합쳐진 것이다. 그러면 높하늬바람은 어느 방향에서 불어오는 바람일까? 맞다. 바로 북서풍이다. 뱃사람들은 북서풍을 마칼바람이라고 불렀다.

이렇게 계절에 따라 바람의 방향이 달라지는 계절풍을 철바람이라고 한다.

그러나 계절이 아무리 바뀌어도 늘 같은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있다. 그 바람에는 진한 추억의 냄새가 배어 있어, 굳이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나는 그것이 내 오랜 그리움으로부터 불어온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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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락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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