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삶은 만기가 언제인지 모르는 그러나 틀림없이 존재하는 옵션과 비슷하다. 우리의 삶이 선택의 연속이고 무릇 선택이란 어떤 형태로든 대가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옵션이란 뭔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그 권리를 얻기 위해서는 그에 따르는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옵션의 가치가 된다. 옵션의 가치는 권리 자체에 고유한 내재가치와 권리의 유효기간에 대해 부여되는 시간가치를 더한 것이다.

내재가치란 주어진 권리를 지금 당장 행사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대해 부여되는 가치다. 예를 들면 이렇다. A라는 주식을 10,000원에 살 수 있는 옵션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때 시장에서 거래되는 A 주식의 현재 가격이 12,000원이라고 하면, 당장 권리를 행사했을 때 12,000원짜리 주식을 10,000원에 사서 2,000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으므로, 이 옵션은 그에 따르는 내재가치를 갖는다. 반대로 현재 가격이 8,000원이라고 한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권리를 행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 옵션은 내재가치를 갖지 않는다.

사람도 이와 비슷하다. 자본주의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을 상품화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그 상품이 좀 더 비싼 가격으로 팔릴 수 있도록 자신의 내재가치를 높이기 위해 일생을 바친다. 각자가 갖는 내재가치는 천차만별인데, 물론 이것이 전적으로 자신의 의지나 능력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내재가치를 높이기 위한 과정이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내재가치가 없는 옵션은 아무런 쓸모가 없는가? 그렇지 않다. 바로 시간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시간가치란 이런 것이다. A 주식의 현재 가격이 비록 8,000원이지만 가격은 앞으로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옵션이 유효한 동안에 A 주식의 가격이 10,000원 이상으로만 변해준다면 그 옵션은 내재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다. 즉 시간가치란 미래의 가능성에 대해 주어지는 가치이다. 따라서 옵션의 유효기간이 길수록 시간가치는 높아진다.

이렇게 가능성이란 관점에서 보면 어린 아이들은 최고의 시간가치를 갖게 된다. 이미 선택한 것보다 선택하지 않은 것이 더 많은 삶일수록 그리고 변화의 여지가 많은 삶일수록 높은 시간가치를 갖게 된다. 그러나 이 가능성이란 막연한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느냐에 따라 남은 삶에 대해 부여되는 시간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는 말은 바로 시간가치에 대한 인식을 내포하고 있다. 시간가치의 다른 이름은 바로 희망이다. 그런데 간혹 자신의 내재가치에 대한 절망으로 인해 시간가치를 포기하고 마는 사람들도 있다.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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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락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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