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에 앉았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앞 유리창의 거의 중앙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 고양이 발자국이었다.

발자국은 차 지붕의 뒤쪽 약 3분의 2 지점부터 찍혀 있었다. 뒷유리와 트렁크에는 아무런 흔적이 없는 것으로 봐서 지난밤 고양이는 그곳으로 뛰어내린 다음 앞유리와 보닛을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주차해 놓은 자리에는 차 위쪽 공간에 고양이가 지나다닐 만한 길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냥 밋밋한 천장이 있을 뿐이다. 고양이의 발자국은 보닛의 끝에서 끊어졌는데, 차는 밤새 벽을 향해 세워져 있었으므로, 마치 허공에서 불쑥 나타난 고양이가 차 위를 총총이 걸어서 벽 속으로 홀연히 사라져버린 것처럼 보였다.

지하 주차장 1층 입구에는 문이 잠긴지 오래된창고가 하나 있다. 얼마 전 언제부턴가 그 앞을 지나갈 때마다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그 고양이는 닫힌 문 안으로 어떻게 들어간 것일까. 들어갔으면서 왜 나오지는 못하고 저렇게 울고 있는 것일까. 나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사실 나는 고양이에 대해 아는 게 별로없다. 하지만 고양이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이 없다는 것쯤은 안다. 고양이는 그런 식으로 설명될 수 있는 동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떤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부딪쳤을 때 '고양이니까' 하고 생각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 울음소리는 며칠 동안이나 계속되었는데, 오늘 아침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대신에 고양이는 몇 걸음의 발자국을 남겨놓고 사라져 버렸다. 그것도 다분히 고양이 다운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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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락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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