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간 너 어디 갔니 그 희망 너 어디 갔니 어디 갔니, 너 - 홍영철 <너 어디 갔니> 중에서
검은색 인조가죽 옷을 입고 속지에는 금박이 입혀져 있는 이 수첩은 적어도 열 살은 넘었다. 화장이 잘 받지 않은 지친 여자의 피부처럼 지금은 군데군데 금박이 벗겨져 있다. 그런데 이 수첩은 무엇을 기억하고 있을까.
몇 장인가를 넘기면 그 해 9월 3일부터 9월 11일까지 8박 9일간의 일정이 간략하게 적혀있다. 당시 나는 시카고에 장기 출장 중이었는데, 일주일 남짓 휴가를 얻어 여행을 떠났었다. 개략적인 여행 경로는 그림과 같다.
게다가 무리한 일정에 비해 준비는 무척이나 허술했다. 목적지를 정하고 Chicago에서 Billings까지 왕복 항공편과 렌터카를 예약한 것 외에는 아무런 계획도 정보도 없었다. 낡은 Atlas 한 권과 일단 가서 부딪쳐보자는 무모함이 우리가 가진 계획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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