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가 올 것처럼 세상이 온통 뿌옇다. 투명하지 않은 저 속에는 지금, 4월을 향해 한창 달려가던 봄이 매복 중이다.

2.

너는 자꾸만 마른 살갗을 긁어댄다. 상처가 날 때까지. 아무것도 피워낼 것 없으면서 그예 피꽃이라도 틔워보려는 듯이. 하지만 부질없다. 세상에 아무리 많은 봄이 되풀이 된다 해도, 삶의 봄은 단 한번뿐이므로. 봄이 지나간 후에 봄꽃을 피울 수는 없는 일이다.

3.

누군가는 봄을 기다리고, 또 누군가는 뒤를 돌아본다. 꽃 피는 봄, 꽃 피는 절망. 흐드러지다 한순간 문드러지고 마는 꽃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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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락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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