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타주

칼라비야우공간 2005. 3. 22. 19:17

1.

무언가 보이지 않게 나를 스쳐갈 때마다 나는 조금씩 식었다. 마치 젖은 몸으로 바람 속에 서있는 것처럼.

2.

광택 없는 구두 코. 한쪽으로만 닳은 뒷굽. 무릎이 튀어나온 바지와 한때 주름이 잡혔던 희미한 흔적. 색 바랜 셔츠 깃. 소매의 해어진 끝 자락. 모양이 틀어진 안경테. 좀처럼 닦이지 않는 렌즈의 얼룩.

3.

맨 살의 감촉. 겹쳐진 팔과 다리와 허리의 움직임. 덥혀진 체온과 땀냄새. 가쁜 숨소리. 마른 입술. 떨림. 교감 신경이 내뱉는 의미를 상실한 말들.자, 어디 거짓말을 해봐.

4.

빌어먹을. 그만큼 바닥을 기었으면 이제 그만 일어설 때도 되지 않았어? 뭐라고? 좀 달라? 그러니까 지금 이건 실존적 불안이라고? 좋아하시네.

5.

괭이밥은 언뜻 보면 토끼풀과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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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락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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