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을 때 가급적 진짜처럼 보이게 하려고 나름대로는 애썼다. 그래 봐야 실제로는 있을 법하지 않은 것들이 배경에 나타나지 않게 방향과 각도를 이리저리 몇 번 바꿔본 것이 전부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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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나는 짝퉁을 찍으면서 진짜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던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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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이 어쩌고 저쩌고, 욕망이 어쩌고 저쩌고, 타자가 어쩌고 저쩌고 따위의설명으로 마치 그럴싸한 이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애쓰지 말자. 어설프고 골치 아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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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단순하다. 진짜를 찍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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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였더라면 진짜처럼 보이게 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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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되었거나, 배경에 둘러쳐진 펜스가 조금만 더 높았더라면 내 노력은 더 나은 결실을 얻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짝퉁은 어떻게 해도 결국 티가 나게 마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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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지금 가진 것이 알고 보면 내가 갖고 싶었던 것이라고 끊임없이 자기최면을 걸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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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9.10 부천 아인스월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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