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여덟 개의 단어가 있다. 햇님, 횟집, 윗층, 셋째, 수돗물, 뒷일, 촛점, 횟수. 이것들 중엔 맞게 쓰인 것들도 있고 틀린 것들도 있는데, 무엇이 맞고 또 무엇이 틀렸을까?

먼저 답부터 확인해보자. 횟집, 셋째, 수돗물, 뒷일, 횟수는 맞고 햇님, 윗층, 촛점은 틀렸다.

어떤 것들은 맞고 또 어떤 것들은 틀린 이유가 뭘까. 그 이유를 찾아 지금부터 사이시옷에 관한 규칙 속으로 들어가보자.

"사이시옷은 소리에 관한 규칙"

한마디로 말해서 사이시옷은 발음과 관련된 것이다. 사이시옷이 있으면 ‘이러이러하게 발음을 하라’는 표시인 것이다. 그러나 사이시옷에 관한 규칙은 그보다는 더 까다롭다. 규칙 자체가 복잡해서라기 보다는 예외적인 쓰임새가 많기 때문이다.

먼저 사이시옷은 복합명사인 경우에 사용한다. 이 말을 바꿔 말하면, 복합명사가 아닌 말에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이시옷이란 이름 자체가 ‘무엇과 무엇의 사이에 들어가는 시옷’을 뜻하므로 이는 당연한 말이다. 그리고 여기에 해당되는 것이 햇님이다.

햇님은 복합명사가 아니다. 분명히 해와 님이 합쳐진 말인데 왜 복합명사가 아닐까? 그것은 바로 님이 명사가 아니고 접미사이기 때문이다. 쉬운 예로 아버님, 부처님, 예수님을 아벗님, 부첫님, 예숫님이라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해님도 햇님이 아니라 해님인 것이다.

그러면 복합명사인 경우에는 무조건 다 사이시옷을 쓸까? 답은 ‘아니오’다. 사이시옷은 발음과 관련된 것이라 했다. 그러니까 복합명사라 할지라도 특정한 발음에 대해서만 사이시옷을 쓴다는 뜻이다.

첫번째는 복합명사를 이루는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ㄲ, ㄸ, ㅆ, ㅉ, ㅃ)로 발음되는 경우다. 여기에 해당되는 것이 횟집이다. 횟집은 회(膾)와 집이 합쳐진 말이고, 회찝으로 발음이 된다. 뒷말인 집의 첫소리가 ㅉ으로 발음 되므로 사이시옷을 쓴다. 따라서 회집이 아니라 횟집이 맞는 것이다.

그런데 이 규칙에는 예외가 있다.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발음이 되더라도 원래부터 된소리나 거센소리(ㅋ,ㅍ,ㅌ,ㅊ)로 표기가 되는 단어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는다. 이게 무슨 말일까? 예를 들어보자.

위층은 위와 층이 더해진 말이다. 하지만 뒷말인 층의 첫소리가 거센소리인 ㅊ으로 표기되므로 사이시옷을 쓰지 않는다. 따라서 위층이 맞고 윗층은 틀리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갈비뼈에서 뒷말인 뼈의 첫음이 원래부터 된소리 ㅃ이므로 갈빗뼈가 아니고 갈비뼈다.

그런데 여기 또 예외가 있다. 예외의 예외다. 왜 까다롭다 했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셋째, 넷째 같은 말들은 뒷말이 된소리 ㅉ으로 시작하는데도 불구하고 사이시옷을 쓴다. 이런 예외는 그냥 기억해두는 수밖에 없다.

복합명사에서 사이시옷을 사용하는 두 번째와 세 번째 규칙은 각각 “뒷말의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는 경우”와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는 경우”이다. 그냥 쉽게 앞 말의 끝소리가 ㄴ으로 발음되는 경우라고 이해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는다.

이 규칙들이 적용된 예가 수돗물과 뒷일이다. 수도와 물이 합쳐지면 수돈물로 발음된다. 뒷말의 첫소리 ㅁ 앞에서 앞말의 끝소리가 ㄴ으로 발음되므로 사이시옷을 쓴다. 그래서 수도물이 아니고 수돗물이다. 두 번째 규칙이 적용되는 경우다. 뒤와 일이 합쳐지면 뒨닐로 발음된다. 뒷말의 첫소리가 모음이고 그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는 세 번째 규칙에 해당되므로 뒤일이 아니고 뒷일로 쓰는 게 맞다.

위의 세가지 규칙이 복합명사에서 소리에 따라 사이시옷을 쓰는 경우이다. 그런데 여기에 예외는 없을까? 있다. 복합명사라 할지라도 한자말과 한자말이 합성된 경우에는 소리와 상관없이 사이시옷을 쓰지 않는다.

예를 들어 초점(焦點)은 초와 점이 모두 한자말이므로 비록 초쩜으로 발음이 되더라도 촛점이 아니라 초점으로 표기한다. 비슷하게 잘 틀리는 경우로 대가(代價), 시가(時價), 이점(利點) 등이 있다. 댓가, 싯가, 잇점이 아니라 대가, 시가, 이점이다.

그러나 여기에 또 예외가 있다. 예외의 예외 두 번째다. 한자말로 구성된 복합명사일지라도 사이시옷을 쓰는 경우가 딱 여섯 낱말이 있다. 바로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이다. 역시 외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일관성 없는 기준이 혼란을 야기한다"

한자말과 관련된 위의 예외 규정은 논란의 대상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사이시옷은 발음과 관련된 규칙이라 했다. 그런데 한자말을 예외로 함으로써, 같은 원리로 발음이 되는 말들이라도 표기에 있어 사이시옷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까닭에, 어떤 말이 순 우리말인지 아니면 한자에서 유래된 말인지 알아야만 정확한 표기가 가능해진다. 우리말과 글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나 외국인들에겐 특히나 쉽지 않은 일이다.

예를 들어 “법원에 소장이 갔다”라는 문장을 보자. 이 문장에서 소장이 所長이라면 사람이 되고, 이때의 소장은 발음도 그냥 소장이다. 그런데 소장이 訴狀이라면 이건 사람이 아니고 문서다. 발음도 소장이 아니고 소짱이다. 소장이 단지 한자말이란 이유로 사이시옷을 쓰지 않음으로써 두 가지 경우가 문장상에서 전혀 구분이 되지 않는 것이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대가가 없다” 무슨 뜻일까? 대가가 大家라면 어떤 분야에서 높은 경지에 이른 사람을 뜻하고, 對價라면 무언가에 대한 반대급부로 얻은 이익을 뜻하게 된다. 소리도 각각 대가와 대까로 다르지만 첫번째 예와 마찬가지로 구분이 되지 않는 경우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 한자 사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한자말에 관한 예외 조항을 두지 않고 발음에 따라 사이시옷을 쓴다면 해결이 되는 문제다 “법원에 소장이 갔다”와 “법원에 솟장이 갔다” 그리고 “대가가 없다”와 “댓가가 없다”처럼 굳이 한자를 병기하지 않아도 의미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 글의 처음에서 제시했던 여덟 개 단어들의 표기법이 각각 왜 맞고 틀리는지 맞춤법 규정을 통해 알아보았다.

끼어들어야 할 때와 끼어들지 말아야 할 때를 구별하고, 또 꼭 있어야 할 자리에서 제 구실을 한다는 것은 이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만약 규칙에 일관성이 있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덜 복잡해졌을 것이다. 이것은 낱말과 낱말 사이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데 있어 일관성 없는 기준들이 종종 우리의 삶을 혼란에 빠뜨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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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락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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