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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나간 시간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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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몽증 언제부턴가 자면서 꿈을 안 꾸는 거 같다. 꿈 없는 잠은 참 심심하다. 말하자면 나의 밤은 낮만큼이나 무채색이라 하겠다. 개꿈이라도 좋으니 오늘 밤엔 꿈 한번 꿔봤으면.잠자리도 꿈을 꾸나? 공감수 0 댓글수 3 2011. 6. 18.
자가진단 언제부터인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이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고 있다. 그 결과, 하고 싶은 것 자체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음식의 섭취를 줄이면 어느 순간부터 기초대사량 자체가 낮아져서 줄어든 공급에 몸이 적응해버리는 것과 유사한 심리적 기제가 작동하는 것 같다.박제된 꽃잎 공감수 0 댓글수 3 2011. 5. 11.
그랬었나? 나도 한때는 호모 루덴스Home Ludens였던 시절이, 있었지 아마? 공감수 0 댓글수 0 2010. 10. 12.
벽 열리지 않는 문은 벽이나 마찬가지다. 벽 너머에서 사람소리 들린다. 내 지문이 찍힌 그 벽은 대체 누가 쌓은 것이냐. 공감수 0 댓글수 0 2010. 9. 10.
식물성 인간 이번 달에 직원 한 명이 또 회사를 그만둔다고 한다. 올해 들어서만 팀에서 회사를 떠난 직원이 도합 5명째, 팀을 통합하고 1년 10개월 남짓사이에 처음 구성원의 2/3 이상이 그만 두었거나 새로운 직원으로 바뀌었다. 떠나는 사람들을 지켜보기만 하고 어디로도 떠날 생각을 못하는 나는 정말 식물성 인간이다. 대신에 뿌리라도 깊어야 할 텐데. 공감수 0 댓글수 2 2010. 9. 8.
다언삭궁多言數窮 말이 빠져나간 자리는 쭈글쭈글하다.바람 빠진 풍선처럼.바람 빠진 풍선을 잡고, 뜨겠나?그 입 다물라. 공감수 0 댓글수 0 2009. 1. 22.
자백 내 마음 속, 순수함이란 이미 오래 전에 멸종되었고, 지금은 화석조차 남아 있지 않다. 그런 게 언제 있기는 했었는지, 사실은기억조차 불확실하다. 가끔은그래서 슬퍼진다.내 자신조차 눈치채지 못하게, 아주 잠깐씩. 공감수 0 댓글수 0 2008. 10. 20.
닮았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 표정이 참 없다. 마치 내가 살아온 삶처럼. 공감수 0 댓글수 0 2008. 10. 15.
세번째 눈 지난 밤엔 눈이 세 개가 되는 꿈을 꾸었다. 오른쪽 뺨에 속눈썹 모양으로 털이 나더니 그 자리에 작은 눈이 하나 생기는 것이었다. 대개의 꿈이 그렇듯,잠에서 깼을 때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면도를 하면서 거울에 뺨을 비춰본 순간불현듯그 꿈이 기억의 수면 위로 떠올랐다. 마치 여태 있던 눈이별안간 없어진 것을 발견하기라도 한 것처럼 충격적이고 생생하게.늘 보는 것만 볼 줄 아는 눈이 아닌 좀 다르게 볼 줄 아는 눈이, 내게, 절실히, 필요하다는 뜻일까? 공감수 0 댓글수 0 2008. 10. 13.
사라진 돌 정기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다. 소음성 난청이 의심스럽다는 소견이 작년 한 해를 거르고 다시 등장했고, 간에 있는 물혹은여전히 건재하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몇 년째 신장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던 돌에 대한 언급은 없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내 안에 자리잡고는, 있는 줄도 모르게 있다가,홀연히 자취를 감춘작은 돌멩이. 어디로 간 걸까?난청 때문에 돌이 굴러가는 소리를 듣지 못했나? 내 안에서 뭔가가 끊임없이 사라져도 나는 모르고 있을 것만 같은 불안감이 불현듯 엄습한다. 있을 때 아무런 존재감이 없었는데도 사라졌다는 말이 의미를 가질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 모르게 내 안에서 사라지고 없는것이 그 돌 하나만은 아닌 것 같다. 오늘, 가슴 속이 이렇게 허전한 걸 보면. 공감수 0 댓글수 1 2008. 10. 6.
악몽 무서운 꿈을 꿨다. 너무 무서워서견디다 못해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꿈속의 내가 지른 소리에 현실의 내가깨어났다. 공포감이 남긴파문은 잠의 언저리에서 아직 흐릿한 의식 속으로 미묘한 파동으로 번졌다. 밤의 한복판에서 나는, 어느 쪽이랄 것 없이, 정말 무서웠다.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뭐가 그렇게 무서웠던 거지? 꿈속에서 무엇을 봤길래? 거기뭐가 있었길래? 기억나지 않는다.다행이다! 공감수 0 댓글수 0 2008. 9. 23.
식물성 장면 1: 저녁을 먹고 들어오는 길, 버스정류장 혹은 지하철역 방향으로 퇴근하는 사람들 행렬이 줄을 잇는다. 나는 그 물결을 거슬러 오르며 걷는다. 내 일과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므로.그리고 그 장면에서문득, 지바고가 끝없이 이어지는 피난민 행렬을 거슬러 올라가던영화 속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두 장면 사이에 별다른 관계는 없다.장면 2: 어떤 사람이 손잡이에 수화물표가 붙은 여행용 트렁크를 끌고 간다. 눈길이 그에게로 옮겨간다. 그리고 조금 오래 머문다.가방은 그가 끌어당기는 방향으로 끌려가게 되어 있다.신호등 앞에 멈춰 선 그와 나, 그리고 가방과 길과 신호등. 고장난 신호등. 떠남에 대한 동경은 내 삶이 아주 오랫동안 식물성이었다는 역사에 그 근원이 있다. 공감수 0 댓글수 0 2008. 5. 6.
Since 1992 오래된기억은 언젠가 꾸었던 꿈 같기도 하고, 언젠가 꾸었음직한 꿈이언젠가 있었던 일의 기억 같기도 하다.너는 꿈과 기억의 희미한 경계선 위에 있다.지금도 내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더는 기억하지 않으려 한다. 공감수 0 댓글수 0 2008. 5. 3.
미스테리 참 묘한 일이다. 생각은 자꾸 없어지는데 머리가 점점 무거워진다는 것은. 공감수 0 댓글수 0 2007. 7. 16.
비슷한 두 가지 생각은 일단 한번 고정되면 그 자리에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고정관념이라고 부른다. 엉뚱한 비유 같지만, 생각에 고정관념이 있다면 몸에는 뱃살이 있다. 뱃살 역시 한번 붙으면 고정화되는 경향이 강하다. 생각이든 뱃살이든 가만히 내버려두면 그렇게 되기 십상이다. 공감수 0 댓글수 0 2007. 7. 9.
이상한 징검다리 내가 건너고 있는 이것은 좀 이상한 징검다리다. 어제에서 오늘로, 오늘에서 내일로, 끊임없이 건너뛴다. 그러나 늘 제자리다. 공감수 0 댓글수 0 2007. 7. 5.
딜레마 나는 무시로 떠나는 꿈을 꾼다. 어디로 가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떠남 그 자체다. 말하자면 떠남에 대한 나의 갈증은 목적어가 없는 셈이다. 사라진 목적어는 어디로 갔을까. 그 의문 앞에서 나는 번번이 상투적인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삶 자체가 현재 진행형인 여행 아닌가.매순간 끊임없이 떠나고 있지 않은가. 여기서 어디로 또 떠난단 말인가. 공감수 0 댓글수 0 2007. 7. 4.
진짜 가짜 가짜를 가졌을 때, 가진 게 가짜인 줄 모르는 사람과 가짜라는 걸 아는 사람 중에 어느 쪽이 더 행복할까? 혹은 덜 불행할까? 적어도 그 가짜가 진짜 가짜라는 점에서는 그 가짜 역시 진짜라고 한다면,물론 궤변이지만, 그래도조금은 위로가 될까? 공감수 0 댓글수 0 2007. 7. 3.
꿈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꿈을 꿨다. 그런 종류의 영화들이 대개 그렇듯 지난 밤의 내 꿈도 매혹적인 뱀파이어가 등장하고, 뱀파이어 사냥꾼도 등장하고, 등장하는 인물들이 사랑과 우정과 배신으로 얽혀간다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였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 속에서 나는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내 꿈이었음에도 나는 마치 꿈 바깥에 관객으로 있었던 것만 같다. 공감수 0 댓글수 0 2007. 7. 2.
너 닫힌 문 바깥에 갇혀본 적 있니? 공감수 0 댓글수 11 2004.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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