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0월 마지막 주에 강원도 정선에 있는 민둥산에 갔었다. 돌리네라는 특이한 지형을 가진 산이지만 그보다는 억새가 더 많이 알려진 곳이다. 지금쯤은 그마저도 다 시들고 이름 그대로 민둥산이 되어 있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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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날 억새밭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을 걸을 때, 제법 찬 바람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눈을 부시게 한 햇빛 때문이었는지, 눈물 한 방울이 눈 언저리를 슬쩍 맴돌다 말라버렸던 것도 같다. 넓은 잎을 가진 나무들이 대개 그렇듯, 바야흐로 마르지 않으면 건너기 힘든 계절이 다가오고 있었으므로, 그때나도 아주 잠깐 그런 나무들을 흉내내고 싶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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