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면앙정으로 오르는 길은 무성한 대숲 사이로 이어진다. 바람이 대숲 속을 지나갈 때 대나무 이파리들이 서걱거리는 소리는 낙엽들이 바스라지는 소리와 참 잘 어울린다. 둘은마치 무슨 말인가를 조곤조곤 주고받는 것 같다.나만 빼고. 어차피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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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면앙정을 지키고 있는 이 나무는 키가 25미터나 되는 참나무다. 나무에서 떨어져나온 이파리들이 숲속 빈터를 빈틈없이덮고 있다. 벌써 200년도 더 된 긴 세월을 그렇게 펼쳐놓고 말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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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난 밤엔 무슨 꿈인가를 어지럽게 꾸었다. 대개의 꿈들이 그러하듯 잠에서 깨어나자 기억은 금새 흐릿해졌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지 하나는 살아남았다. 어떤 입술, 몹시 마른 입술. 입술과 입술이 닿자 마치 낙엽이 부서질 때처럼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났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낙엽은 제 몸이 부서져야 소리를 낸다. 잘 마른 것들이 내는 소리는 그래서 조금 슬프다. 슬픈 입술. 옛사람들은 대나무를 잘라 그 속에 바람을 불어넣어 소리를 냈다. 나도 한때는 바람의 소리를 따라다녔던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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