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저녁을 먹고 들어오는 길, 버스정류장 혹은 지하철역 방향으로 퇴근하는 사람들 행렬이 줄을 잇는다. 나는 그 물결을 거슬러 오르며 걷는다. 내 일과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므로.그리고 그 장면에서문득, 지바고가 끝없이 이어지는 피난민 행렬을 거슬러 올라가던영화 속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두 장면 사이에 별다른 관계는 없다. 장면 2: 어떤 사람이 손잡이에 수화물표가 붙은 여행용 트렁크를 끌고 간다. 눈길이 그에게로 옮겨간다. 그리고 조금 오래 머문다.가방은 그가 끌어당기는 방향으로 끌려가게 되어 있다.신호등 앞에 멈춰 선 그와 나, 그리고 가방과 길과 신호등. 고장난 신호등. 떠남에 대한 동경은 내 삶이 아주 오랫동안 식물성이었다는 역사에 그 근원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