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학에서는 풍속을 측정하여 그 세기에 따라 바람을 구분한다. 예를 들면 가장 약한 바람인 실바람은 초속 0.3m에서 1.5m로 부는 바람이고, 풍속이 초속 17m이상인 바람은 태풍이라 한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일상적인 감각만으로 풍속을 가늠하여 바람을 구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신에 우리는 바람이 불 때 흔들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고 바람의 세기를 어림짐작할 수 있다.

실바람에서 싹쓸바람까지 바람은 세기에 따라 열 두 단계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실바람이다. 이것은 솔솔 부는 바람인데, 연기가 흔들리는 걸 보고서야 바람이 부는 걸 알 정도로 매우 약한 바람이다. 다음은 남실바람이다. 한자말로는 미풍이라고 하며, 바람이 얼굴에 느껴지고 나뭇잎이 살랑거릴 정도의 바람이다. 남실바람보다 조금 더 센 바람은 산들바람이다. 산들바람은 깃발이 가볍게 흔들릴 정도의 바람이다. 어감이 큰 말로 선들바람이라고도 한다. 먼지가 일고 나무의 작은 가지가 흔들릴 정도로 부는 바람은 건들바람인데, 초가을에 남쪽에서 불어오는 건들바람을 건들마라 한다. 마는 남쪽을 뜻한다. 잎이 있는 작은 나무가 흔들리고 강물에 잔물결이 일 정도로 부는 바람은 흔들바람, 큰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우산을 쓰기 힘든 정도로 세게 부는 바람은 된바람이다. 된바람은 북풍을 뜻하기도 한다. 나무 전체가 흔들리고 바람을 마주하여 걷기가 힘들 정도로 부는 바람은 센바람, 그보다 더 센 바람이 차례로 큰바람과 큰센바람이다. 나무가 뽑힐 정도로 강하게 부는 바람은 노대바람, 비가 섞여 세차게 쏟아지는 폭풍은 왕바람, 태풍은 싹쓸바람이다. 말 그대로 무엇이든 싹 쓸어버리는 바람이다.

회오리바람은 주로 북미 지역에서 발생하는 토네이도처럼 나선형으로 부는 바람이다. 회오리바람을 가리켜 용오름이라고도 부르는데, 마치 용이 꿈틀거리며 하늘로 오르는 것처럼 보여서 그런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말은 고유한 우리말이 아니라 회오리바람이란 뜻을 가진 일본말 다쓰마키(龍卷)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혐의가 있다. 실제로 용오름이란 말이 우리말 사전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70년대부터이다.

회오리바람은 줄여서 회리바람이라고도 하고, 돌개바람, 소소리바람 또는 용숫(龍鬚)바람이라고도 한다. 소소리바람은 회오리바람을 뜻하기도 하지만, 이른 봄에 살 속으로 스며드는 듯 차고 맵게 부는 바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바람은 어떤 멈춰 있는 것에 움직임이 있을 때 생겨난다. 움직임이 빈 자리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느 순간 그대가 흔들렸다면, 그것은 그대 마음 속에 비어 있는 자리가 생겼다는 뜻이다. 움직임이 갑작스럽고 급할수록 빠르고 거센 바람이 생겨나는데, 그래서 때로는 누구나 아주 겉잡을 수 없이 휘청거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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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락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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