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걷혔으나 사람들은 여전히 그림자로 남아 있다. 빛의 풍화작용으로부터 살아남은 혹은 버림받은 것들. 그 중에는 내 것도 있다. 나는그때 햇빛이 금속성이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만지면 뜨겁지 않고 오히려 차가울 것 같았다. 사실 극과 극의 간격은 생각만큼 멀지 않다. 일출과 일몰이 서로 닮은 것처럼, 걸어갈 길이 걸어온 길만큼이나 아득한 것처럼, 차가움과 뜨거움은 하나의 심장에서 솟아나 같은 핏줄 속을 흐른다. 나는 그 간격 위에 서 있었다. 핏빛 임리한 노을 속에서뜨거웠던 심장이 차갑게 빛나는 한 순간을 목도하며. 설악산 울산암리지 초입 10월 24일 오전 6시 30분±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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