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청량리를 출발해서 망우, 도농, 덕소를 지나면 네 번째 역은 팔당이다. 청량리에서 고작 30분이면 올 수 있다. 도시적인 기분을 완전히 씻어내기에는 좀 부족한 시간이지만, 팔당역 자체는 충분히 시골스럽다. 작고 허름한 역사가 플랫폼 위에 세트처럼 놓여져 있을 뿐, 역무원도 보이지 않고 개찰구조차 없다.
2. 팔당역에는 하루에 왕복 세 차례 기차가 멈추지만, 타고 내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청량리에서 양수리 사이를 왕복하는 2228번 시내버스가 약 10분 간격으로 팔당역을 지나가므로, 팔당에 오기 위해 굳이 기차를 탈 이유가 없는 것이다. 말하자면 팔당역은 번잡함의 중심에서 너무 가깝기 때문에 오히려 오지가 된 셈이다.
3. 대개의 오지들이 그러하듯, 팔당역에 내리면 모든 것이 멈춰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붉은 빛을 띤 철길이 그렇고, 철길과 나란히 흘러가는 한강의 담도 낮은 먹빛이 그렇다. 그리고 플랫폼에 서서 떠나버린 기차의 뒷모습을 추억하는 동안, 나 역시도 이미 오래 전부터 오지였음을 깨닫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