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길

비봉능선

추락주의 2010. 9. 5. 01:08

오후 2시, 얼음물 한 통과 손수건 한 장 챙겨서 집을 나섰다. 더운 날씨엔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 능동적으로 땀을 흘려주는 게 훨씬 낫다. 2시 45분 독바위 역을 나서서, 3시 20분 족두리봉 정상에 도착했다. 독바위 역 마지막계단 올라갈 때 옛날엔 산이 보였는데 지금은 아파트만 보인다. 사라져서 아쉬운 것들 중 하나.

어제 트위터라는 걸 처음 시작했다. 족두리봉에 앉아 스마트폰에서 글 올리기 한번 시도해봤는데, 무슨 이윤지 모르겠으나 안 된다. 사방이 막힌 데 없이 트였고 3G며 감도 표시 막대기도 네 개 다 나오는데 한 10분 넘게 계속 시도해도 안 올라가서 그냥 접고 향로봉 쪽으로 내려갔다.

가다가 별 기대는 안 하고 다시 한번 시도해봤는데 어렵쇼, 그냥 된다. 족두리봉 위에선 안 되고 족두리봉이 잘 보이는 데선 된다. 까다로운 녀석. 바로 이 족두리봉 사진을 찍은 자리다. 된다고 뭐 좋을 일도 없는데

느지막하게 산에 올라오면 좋은 점은 좀 한산하다는 것.향로봉에서 비봉 사이에 있는 전망대 바위에 물 한모금 마시고 앉아 있노라니 뭉개구름이 어쩐지 비봉을 닮았다.

향로봉 우회하고 비봉도 그냥 우회하고 사모바위도 한번 쳐다보고 지나친다. 승가봉, 문수봉 지나서 대남문까지 갔다가 구기동으로 내려갈 생각. 해는 아직 넉넉히 남아 있다. 승가봉에서 바라본 좌 문수봉, 우 보현봉.

태풍 곤파스의 흔적인 듯, 뿌리 뽑힌 나무가 꽤 있다. 태풍 탓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다니는 길 주변 나무들의 뿌리가 약해진 탓도 있을 듯. 그러니까 내 탓도 있을 듯. 그런데 곤파스가 뭐냐? 콤파스를 콤파스라 발음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지은 이름이라고.

문수봉 올라가는 길도 쇠 파이프를 박아 놓은 후로 날 좋은 날엔 오르내리는 사람이 상당히 많아졌는데 느지막한 시간에 오면 이 구간도 역시 한산하다.

오늘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자니 슬슬 배가 고프다. 물 말고는 배 채울 것도 없는데.

내려가면 아이스께끼 하나 사먹어야지, 생각하니, 내려가는 길이 살짝 즐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