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해서 이런 데선 못 살 거라고, 아파트란 걸 맨 처음 구경했을 때 아마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갖게 된 집도, 벌써 6년째 그다지 답답한 줄 모르고 살고 있는 집도 모두 아파트입니다.

샐러리맨은 정말 체질에 맞지 않는다고, 몇 년 못 버티고 뛰쳐나오고 말 거라고, 대학 졸업반 무렵에는 그런 배부른 고민도 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벌써 몇 년입니까. 두 손으로도 다 헤아리지 못합니다. 게다가 요즘은 어떻게든 오래 살아 남아야 한다는 것이 새로운 고민이 되었습니다.

벌써 몇 해가 지났는지 이제는 헤아려지지도 않는 지난날, 당신 없이는 죽어도 못 산다고 서로 철석같이 믿던, 그런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당신이 그렇듯, 나 역시 당신 없이 너무나 잘, 잘살고 있습니다.

뜻대로 살지 못한 일들이 어디 이런 것들 뿐이겠습니까. 그밖에도 많은 일들이 한때는 그랬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허무하게도 너무 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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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락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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