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비 내리다 그치고, 눈발이 잠깐 흩날렸다. 바깥을 내다보니, 이제 어두워져서 안 보이는 건가? 아무런흔적이 없다. 완전 범죄. 누군가는오늘의 눈을 가리켜 '무늬만 첫눈'이라는 표현을 썼다. 첫눈 오는 날 약속을 정한 이땅의 연인들을 위해 기상청의 유권해석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작년엔 첫눈이 언제 왔지? 그날어땠지? 일년 전 이맘때의 일기를 뒤적여본다. 파일명 비망록03-2.DOC. 옳지. 찾았다. 7 페이지 열 여덟 번째 줄에서 열 아홉 번째 줄까지, 장장 두 줄에 걸쳐 이렇게 쓰여져 있다. 2003년 12월 8일 월요일. 첫눈이 내렸다. 그런데 기분이 뭐 이래. 이렇게 무덤덤해도 되는 건가? 정말 뭐 이래. 이렇게 싱거워도 되는 건가? 그런 건가? 그런데 내년 이맘때를 위해, 오늘은 뭐라고 써놓지? 이렇게 아무 생각이 없어도 되는 건가? 그런 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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