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비야우공간

구름의 이름

추락주의 2004. 4. 6. 16:49

뭉게구름

구름은 생기는 높이에 따라서 가장 높은 곳에 생기는 구름을 위턱구름이라 하고 차례로 중턱구름, 밑턱구름으로 나뉜다. 높이에 따른 이름 말고도 구름은 그 변화무쌍한 모양만큼이나 다양한 이름들을 갖고 있다.

새털처럼 생긴 새털구름은 털구름이라고도 하고, 물고기 비늘모양처럼 보이는 구름을 조개구름 혹은 비늘구름이라고 한다. 이것들은 모두 위턱구름에 속한다.

차일처럼 햇빛을 가리는 차일구름, 비를 내리는 비구름, 눈을 내리거나 머금고 있는 눈구름, 양떼가 몰려가는 것처럼 보이는 양떼구름은 모두 중턱구름이다.

안개나 연기와 비슷한 구름으로 안개보다는 높지만 땅 가까이에 생기는 구름을 안개구름이라 하는데, 이것은 밑턱구름이다.

구름을 묘사할 때 흔히 ‘뭉게뭉게’라고 표현을 한다. 뭉게구름은 쌘구름이라고도 하며 아래부분은 편평하고 윗부분은 둥근, 그러니까 뭉게뭉게한 구름이다. 높이로 치면 밑턱구름에서 중턱구름의 높이에 걸쳐 있는 층이 두터운 구름이다. 북한에서는 뭉게구름을 더미구름이라고 부른다.

구름은 색깔에 따라 이름이 붙여지기도 한다. 그 중 가장 익숙한 게 흰구름, 먹구름이다.먹구름은 먹장구름이라고도 한다. 보래구름은 보랏빛 구름인데, 보래는 보라의 평북 말이다. 자지구름은, 엉뚱한 상상 마시라, 그건 자줏빛 구름이다. 자지(紫地)는 자주(紫朱)와 같은 말이다. 서유기의 주인공 손오공이 타고 다니는 구름의 이름은 근두운이다. 근두운은 오색 구름인데, 그렇게 여러 가지 빛깔로 아롱진 구름은 꽃구름이라 한다.

내 인생에 자지구름이나 꽃구름 따위는 본 기억이 없다. 그런 것은 어쩌면 볼 준비가 된 사람들의 마음에만 그렇게 보이는 건지도 모른다. 하긴 비록 한때였지만 나도 꽃구름을 타는 듯한 기분에 빠졌던 적이 있긴 하다. 아무도 묻지 않았으나 혼자 떠올리고 혼자 쓸쓸해지는 그런 기억이 누구에게나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구름바다

여러 조각으로 흩어져 있는 구름은 조각구름이라 하는데, 비를 머금고 아주 빠르게 밀려오는 검은 조각구름을 매지구름이라 한다. 소나기를 몰고 오는 구름은 소나기구름이다.

외따로 떨어진 산봉우리 꼭대기 부근에 삿갓 모양으로 걸린 삿갓구름, 화산이 폭발할 때 생기는 버섯구름, 지나가는 열구름, 바다처럼 넓게 펼쳐진 구름바다가 있고, 큰 바람이 불기 전에 먼 산에 구름같이 끼는 뽀얀 기운은 바람꽃이라 한다. 구름과 맞닿아 뵈는 먼 곳을 구름발치라 하고, 구름의 아래로 드리운 부분은 구름자락이다.

기상학이나 지구과학 분야에서 구름을 특성별로 구분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용어들을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위턱구름은 상층운이고, 뭉게구름은 적운, 소나기구름은 적란운, 비구름은 난층운, 양떼구름은 고적운, 안개구름은 층운이다.

이렇게 각각의 용어들은 나름대로 상응하는 우리말 표현을 가지고 있긴 한데, 이것들 중 상당 수는 필요에 의해 조어 된 느낌이 강하다. 예를 들자면 권운의 우리말 이름이 털구름인데 권층운은 털층구름이라고부르는 식이다. 벌집구름, 얽힌구름, 깔때기구름, 모자구름 같은 것들도 비슷한 느낌을 주는 이름들이다.

구름은 예로부터 어떤 은유로도 종종 사용된다. 예를 들면 ‘안개구름을 타다’라는 표현은 ‘계집을 탐하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떼를 이루거나 떼로 몰려다니는 구름을 떼구름이라 하며, 이것은 사람들이 사방에서 무리 지어 모여드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된다. 하지만 어떤 은유보다도 마음에 와 닿는 표현이 있다.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을 뜬구름이라 하는데, 이것은 ‘덧없는 세상일’에 비유된다.

맞다. 꽃구름을 타는 것 같던 추억도, 구름 위로 한없이 띄워 올리던 꿈들도, 그 꿈에 손가락 걸던 약속도 맹세도 모두 뜬구름처럼 덧없는 일이다.

시인 박영근은 그의 시집 「저 꽃이 불편하다」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삶에 대하여 지키지 못한 약속도 때로는 남은 시간을 지키는 불빛이 된다." 이 한 줄의 말이 지나간 시간의 그림자에 갇혀 자꾸만 허무주의의 무게로 기울어지는 나에게 제법 깊은 의미로 와 닿는다.

지금 창 밖 멀리 보이는 산, 등성이가 마치 안개구름이 낀 것처럼 부옇다. 그러나 저것은 구름이 아니라 스모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