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비야우공간

말과 생각 사이에서 흔들리다

추락주의 2005. 1. 11. 17:06

1.

사람은 무엇으로 생각하는가에 대해 생각한다. 무엇, 그것은 말이다. 생각한다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자신과 대화를 하는 것이고, 대화를 실어 나르는 것이 바로 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생각은 말로 만들어진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우리는 생각할 때 사실은 말을 하고 있다. 만약 생각이 벽에 막힌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는 순간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그 상황에 적절한 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2.

하지만 여기에는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이 있다. 바로 이런 것들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모르는 단어로 떠오르는 생각을 우리는 생각할 수 없는가? 결국은 말이 되는 생각만 할 수 있다는 것인가? 좀더 깊고 넓게 혹은 다르게 생각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그저 낯선 단어를 찾아 사전을 뒤적이는 것밖에 없다는 말인가?

3.

오랫동안 말과 생각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 무슨 말을 하든, 말을 뱉는 순간 그 말은 이미 내가 말하고자 했던 어떤 생각으로부터 멀어져 있다. 말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더 많이 같지 않다. 생각이 말로 이루어져 있다면 나는 생각을 이루었던 그 처음의 말들을 잊어버린 것이 분명하다. 그리하여 둘 사이의 괴리가 나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내가 말의 자리를 비워놓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면 바로 이것인 셈이다.

4.

오늘은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말이란 오히려 생각에 덧씌워진 굴레가 아닐까? 말이 없이는 생각할 수도 없는 게 아니라, 단지 말만큼만 생각할 수 있도록 길들여진 것 아닌가? 이 물음은 본질적으로 처음 던져졌던 질문의 동어반복이다. 아무래도 나는 말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