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소멸의 등가식에 관한 잡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움직이는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시간은 점점 더 느려진다. 오래 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조언 : 남들보다 빨리 움직여라. 예를 들면, 빨리 자고 빨리 일어나야 한다. 사랑에 빠질 때는 순식간에, 헤어지는 것 역시 빨라야 한다. 헤어지고 난 후에 잊어버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상대성 이론은 또 이렇게 말한다. 속도가 빨라지면 길이는 줄어들고 질량은 증가한다. 여기서 싱거운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다이어트를 위해 달리기를 하는 것은 과연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가? 다이어트가 목적이라면 가능한 한 움직이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속도가 점점 빨라져서 마침내 빛의 속도와 같아지게 되면 길이는 0이 된다. 다시 말해서 소멸된다. 오래 살아 남는 것이 곧 소멸하는 것과 같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렇게 소멸되는 것은, 소멸된 바로 그 순간에 무한대의 질량을 갖게 된다. 즉,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 존재하는 어떤 것보다 더 큰 질량을 갖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가? 그렇지 않다. 가령 이제는 삶의 바깥으로 소멸된 어떤 존재에 대한 기억이, 존재하는 다른 무엇보다도 무겁게 삶을 짓누르기도 한다. 그리하여 그것은 기억의 공간을 휘게 만든다. 상대성 이론에서 중력은 휘어진 공간의 기하와 동의어다.뭔가 우연히 어떤 기억의 부근을 지나갈 때 기억은 그것을 끌어당겨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질량과 에너지의 등가식인 E=mc2은 존재와 소멸이 등가임을 상징하기도 한다. 질량 m이 소멸될 때 에너지 E를 얻는다. 에너지는, 다른 형태로 바뀔 수는 있지만, 에너지보존법칙에 따라 보존된다. 삶은 종종 어떤 존재가 소멸된 뒤에도 그 존재가 남겨 놓은 기억을 그런 식으로 보존하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