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비야우공간
몽타주
추락주의
2005. 4. 21. 21:20
1. 새로 구입한 물건을 놓기 위해 낡은 물건을 치운다. 그것이 오랫동안 놓였던 자리는 찌든 때가 점령하고 있다.오래 묵은때는 닦아도 아주 깨끗해지기는 어렵다. 그런데 말이다. 내가 지금 차지하고 있는 삶의 자리도 치워진 뒤에 보면 저렇게 찌들어 있을 것 아니냐.
뭘 봐! 2. 여의도에는 늦은 벚꽃이 한바탕 피었다 졌고, 황사는 오늘도 계속되었으며, 음성사서함은 온 봄 내내 불통인데, 어차피 확인할 것도 없으면서 단지 불통이란 단어 때문에 이렇게 답답해 하고 있다. 막혀 있는 것이 그것만은 아닐 텐데도. 3. 밤이 깊어도 살구나무는 몸을 뒤틀며 꽃잎을 흩날립니다. 나도 그대와 함께 몸을 뒤틀며 노랗게 밤을 지새우고 싶습니다. 어디선가 눈뜨는 애벌레가 그립습니다. 아침이면 자기 가슴을 스스로 문지르며 피는 개나리꽃의 아린 가슴처럼 촉촉한 내 몸을 내가 문지르고 있습니다. 한 마리 꽃뱀이 그립습니다. - 청산우체국 소인이 찍힌 봄편지 / 정유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