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비야우공간

아들아, 너는

추락주의 2005. 6. 14. 21:18

아들아, 돌이켜 생각하니 아빠는 한번도 당차고 원대한 포부를 품었던 적이 없구나. 아빠가 가져보지 못한 그것을 꿈이라고도 바꿔 부를 수 있을 테지. 이루고 싶은 것이 없었으므로 당연히 이룬 것도 없고, 이룬 것이 없으므로, 아들아, 너에게 지금 물려줄 것도 없구나.

미안하구나 아들아. 너는 아빠를 닮지 말아라. 꿈을 꾸고 그 꿈을 가져라. 이룰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현재의 가능성이, 그 꿈을 가져도 되는지 아닌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아빠는 항상 거기에서 멈춰버리곤 했다. 하지만 아들아, 오히려 현실에서 먼 것일수록, 현실과 닮지 않은 것일수록, 꿈으로서의 가치는 크다. 중요한 것은 진정으로 네가 꿈을 믿느냐 하는 것이다. 바라건대 너는아빠를 닮지 말아라.

멋진 꿈을 꾸면 적어도 그와 비슷한 곳으로는 가게 될 것이다. 꿈이 너를 그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하지만 아들아, 꿈을 꾸지 않는 것은 아무 곳으로도 가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의 아빠처럼 말이다.

꿈은 삶이 지향할 곳을 가리키는 나침반과도 같다. 그러므로 꿈이 없는 삶은 난파선처럼 표류하는 삶이다. 아들아, 비록 아빠가 네게 훌륭한 항해사가 되는 법을 가르쳐주진 못했지만 - 아빠가 네게 물려주고 싶었던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 적어도 아빠의 삶을 네가 반면교사로 삼을 수는 있을 것이다.

아들아, 너는 부디 꿈을 잃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