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길

사막

추락주의 2006. 1. 24. 18:43

1.

사진 속의 발자국들은 신두리의 모래 언덕을 향해 걸어가고 있던 내 발자국들이다. 모래 위에 새겨진 것들의 운명이 대개 그러하듯, 지금은 이미 지워지고 없겠지만.

 

2.

신두리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사막 지형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곳에 갈 때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막을 상상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른다. 사실 사막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굳이 먼 곳을 떠올릴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3.

오래 전에 나는 어떤 사막을 지나가며 다음과 같은 짧은 글을 모래 위에 남겼던 적이 있다.

 

우리가 가고 있는 이 사막에서는

이상하다

바람이 불어도 진한 발자국들이

화석처럼 박힌다

너의 나의 모래알 같은 가슴팍 위로

팍 팍 팍

 

4.

말했듯이, 사막은 먼 곳에 있지 않다. 내가 걸어가는 곳이 언제나 사막이 되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