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길
도봉산, 4월 22일
추락주의
2006. 4. 24. 22:19
1. 이런 걸 만들어놓은 조물주는 익살스럽다고 해야 할까 음란하다고 해야 할까. 예술의 음란성 여부를 몸소 판결해주는 우리나라의 친절한 법원씨도 조물주의 작품만큼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아직까지는 누구나 자유롭게 여성봉에 오를 수 있다. 송추 쪽에서 오르면 매표소에서부터 한시간쯤 걸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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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여성봉에서 얼추 반 시간쯤 걸으면 오봉에 이른다. 오봉의 다섯 봉우리가 여성봉이 낳은 다섯 자식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정말 그런지 친자 확인은 해볼 길이 없다. 또 설령 그렇다고 해도 아버지는 대체 누구란 말인지. 이런 시덥지않은 생각이나 하면서 걷기에는 햇볕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모자도 벗고 안경도 벗고. 하지만 벗을 수 있는 건 고작 그게 전부였다. 외부의 검열 이전에 나는 스스로의 검열에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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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이암으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작은 전망대가 있다. 그 길을 지나갈 때, 혹시 갈길이 바쁘더라도, 꼭 한번 전망대 위에 서보기를 권한다. 왜 권했는지는 서보면 안다. 서봐야 안다. 돌아보니 봄볕을 받으며 지나온 길은 꿈만 같고, 아주 잠깐이었던 것 같은데, 오봉은 어느새 저만치 멀어져 있다. 이젠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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