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비야우공간

사라지고 없는 것들

추락주의 2007. 7. 12. 21:33

출근길에 지나가는 길목에는 작년 언제부턴가 문을 닫은 영화관이 있다. 연흥극장. 아직도 걸려 있는 간판을 보면 '다빈치 코드'나 '맨발의 기봉이' 같은 영화를 마지막으로 상영했었던 모양이다.

연흥극장은 내가 알기로 84~5년쯤 문을 열었다. 그때는 명화극장과 함께 영등포 지역의 유이한 개봉관이어서 단일 상영관이었음에도 관람객은 제법 많았었다. 그렇게 이십여년을 버티다 몇 년 전에는 복합 상영관으로 변신을 시도했지만, 그러나 변하는 세상을 따라잡기에는 여전히힘겨웠는지마침내 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연흥극장 맞은 편에 있던 경원극장은 처음에는 동시 상영관이었다가, UIP 직배가 시작된 이후로 상영관이 두 개 있는 개봉관으로 바뀌었다가, 결국은 연흥극장보다먼저 문을 닫았다. 지금은 대형 찜질방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경원극장에서 영등포로터리 방향으로 가다 보면 시장 들어가는 골목을 끼고 경원극장과 비슷한 수준의 영화관이 또 있었는데, 이 영화관은 동시상영관에서 더 이상의 진화를 포기하고 언제 없어졌는지 모르게 일찌감치 자취를 감췄다.

연흥극장에서 영등포시장을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나가면 명화극장이 있었다. 거기서도 나는 딱 한번 영화를 본 적이 있지만, 뭘 봤는지 영화는 기억이 나지 않고 주말이었는데도텅 비어 있던객석과 그 객석 사이를 유령처럼 떠돌던 냉기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