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글

카페 왈츠의 신장개업 기념 라이터

추락주의 2004. 4. 10. 00:35

카페 왈츠의 신장개업 기념 라이터

 

 

아주 오래 전 카페 왈츠

신장개업 기념으로 받은 라이터는

바이올린 모양이다 아니면 첼로인가?

상관없다 너의 뒷모습인가?

그것도 상관은 없다 어쨌든 일회용이다

일회용이란 말하자면

단 한 번 쓰이고 버려지는 것이 아니다

다시는 채워질 수 없는 것

그것이 진짜 일회용이다

카페 왈츠는 그 전에는 다른 이름이었다

인심 후하게 생긴 주인아줌마도

낯선 사람들이 낯선 등들을 돌려 앉던

등받이 높은 그 소파들도

우리가 늘 주문하곤 했던 단골 메뉴도

아무것도 바뀐 것은 없는데

어느 날인가 문득 이름만 바뀌었다

네가 내게 내가 네게 서로에게 그러했듯이

그 바이올린에선 소리가 나지 않는다

대신에 불이 켜진다 철컥

원래 왈츠는 뜨거운 음악이 아니지만

불은 뜨겁다 한때 우리의 마음이 그러했듯이

라이터 안에는 액화된 가스가 고여 있다

지금은 바닥 부근에서 아슬하게 출렁거린다

저 투명함 속에 그토록 뜨거운 것이 숨었었다니

불현듯 내 마음 저 밑이 다시 뜨겁다

마지막 숨을 태우는 라이터 속 가스처럼

눈에는 보이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