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는 삐뚤어졌어도 숨은 바로 쉰다
더위가 한풀 꺾일 무렵부터 이 코가 말썽이다. 감기도 안 걸린 것이 수시로 콧물을 훌쩍거리거나 재채기를 하고, 또 콧속에 아무 것도 없는데 마치 뭔가 바짝 마른 게 달라붙어 있는 것처럼 찜찜한 느낌이 사라지질 않는 것이다. 왜 그런 걸까. 비염인가? 잘 모르겠다. 지금껏 그랬던 적이 없으므로. 작년엔가 재작년엔가 코감기가 심해서 이비인후과에 갔던 적이 있다. 코가 막혀 숨쉬기가 곤란했으므로 내가 원했던 것은 시원하게 코를 뚫어주는 것이었는데, 의사는 내 코를 한참 들여다본 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말을 꺼냈다. “혹시 코뼈가 부러진 적 있습니까?” 어릴 적에 여기저기 깨지고 터지고 찢어진 적은 있었지만, 그래도 코를 다친 적은 없다. 중학교 때 어떤 곰 같은 녀석과 싸우다 녀석의 주먹에 코를 맞았던 적이 있는데, 그게 지금까지 내 코에 가해졌던 가장 강한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때도 코피가 터졌을 뿐 코뼈가 부러질 만큼은 아니었다. “코로 숨쉬기가 힘들어서 자꾸 입으로 숨을 쉬지 않습니까?” 물론 아니다. 나는 잘 때도 입을 벌리지 않는다. 하물며 깨어 있는 동안에는 말할 것도 없다. 호흡기능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말 수도 적은 편이라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입을 여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 예외적으로 수영을 할 때는 입으로 숨을 쉰다. 그러나 다들 알다시피 그것은 내 호흡기능상에 문제가 있기 때문은 아니다. 의사의 질문은 몇 가지 더 이어졌다. 단순한 코감기 처방을 하면서 왜 이런 이상한 질문들을 하는 것일까. 나의 이런 의구심은 다음 순간 황당함으로 바뀌었다. “코가 삐뚤어졌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표가 안 나지만 코뼈가 속에서 틀어졌습니다. 그래서 한쪽 콧구멍이 거의 막혀있다시피 한 상탭니다. 이대로 방치하면 호흡장애로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수술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뭐라고? 내 코가 삐뚤어졌다고? 하다못해 코가 삐뚤어지게 마셔본 적도 없는 이 코가? 게다가 호흡장애? 수술? 사망? 맙소사! 거울에 비춰보니 정말 양쪽 콧구멍의 넓이가 다르긴 했다. 얼마 전 언젠가 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한 적이 있다. 나는 그때 좀 장난스럽게 말을 꺼냈다가 그에게 책망을 들어야 했다.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을 어쩌면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농담처럼 말하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생각해 봐라. “코가 삐뚤어져서 죽을지도 모른대.” 이 말이 심각한 분위기와 과연 어울리겠는지. 요즘 코에 이상 증세가 나타난 후로, 숨을 쉴 때 왼쪽과 오른쪽 콧구멍 간의 아주 미세한 그러나 분명이 다른 느낌의 차이가 감지되고 있다. 공기의 유입량이 서로 다른 것이다. 코에 문제가 생기면서 아무래도 감각이 더 예민해진 모양이다. 고백컨대 나는 몸에 공급되는 공기의 약 7할 정도를 왼쪽 콧구멍에 의존하고 있다. 콧구멍을 한쪽씩 번갈아 막고 숨을 쉬어보면 그 차이를 좀 더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어쨌든 내 코가 삐뚤어졌다는 거 인정한다.하지만 말이다,나 아직 숨은 똑바로 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