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없는 여행의 기억 6 - 빛과 그림자
나는 내가 빛으로 만들어졌다고 믿었고 나는 그림자로 너를 만들었다 지금은 더욱 길어진 <고독하지 않은 홀로되기> 중에서
여행 사흘째, 그날 우리는 Yellowstone의 서쪽 절반을 거슬러 올라갔다. Old faithful의 간헐천과 Mammoth hot springs를 거쳐 북쪽 출구로 빠져나가면 Yellowstone과는 그만 이별이다.
.....Old Faithful
분수처럼 솟구치는 Old faithful의 간헐천 Yellowstone에는 3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간헐천이 있다
Old faithful의 간헐천은 규칙적인 주기를 갖고 분출한다. 아주 ‘오래된’ 습관처럼. 그런데 그 모양이 마치 고래가 숨을 쉬면서 물을 뿜어올리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숨을 쉬는 땅. 제 속의 뜨거움을 어쩌지 못하여 거친 숨을 토해내는 땅. 그 땅을 조심하라는 경고판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길에서 벗어나면 위험.
.....Mammoth hot springs
뜨거운 물에 석회암이 녹아 흐르며 만들어진 계단 모양의 테라스들 지금도 조금씩 그러나 끊임없이 그 모양이 변하고 있다
눈이 부셨다. 온천의 열기와 뒤섞여 더욱 뜨거워진 햇빛 속에서 나는 허덕거렸다. 마치 금방 녹아 내릴 것처럼.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렇게 녹은 것들이 저 사진 속의 테라스들을 만들어냈다.
그때 찍었던 몇 장의 사진들엔 어두운 쪽과 밝은 쪽 영역이 극단적으로 나뉘어 한화면 속에 공존하고 있다. 내가 가진 싸구려 사진기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던 그 빛. 빛의 홍수. 그러나 그림자 없는 빛은 없는 거라고 그 사진들은 말하고 있다.
나는 살면서 언제나 그림자쪽에 서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날 나는 넘쳐흐르는 빛 속에서, 전날 밤 Grant Village의 하늘 위에 쏟아질 듯 박혀 있던 별들, 그 별빛들을 떠올렸다. 어두워져야만 나타나는 것들을.
.....Butte
마치 우리는 떠나기 위해서 온 사람들처럼 서둘러 Yellowstone을 벗어났다. 거기서 북서쪽으로 약 200km 남짓 떨어진 Butte가 그날의 기착지였다. 노천탄광이 있는 도시. 그런데 이름이 왜 하필 Butte였을까. Butte. 평원의 외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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